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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지리산종주

고영남 2017. 2. 15. 14:59

인생 첫번째 ‘지리산 종주’를 이야기 하다.


2016년 6월 10일 금요일.
이번 ‘지리산종주’ 산행은 사내에서 여행과 등산 그리고 미식가로 인정받는 조봉건 GK사업소장과 진작에 계획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야 같이가게 되었다. 박중하 팀장과 윤정식 대리와 함께 네명이 하는 산행이고, 조소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지리산 종주뿐 아니라 등산 자체가 초보 수준이다. 하루 8시간 이상을 3일간 걸어야 하는 강행군으로 주변에서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출발한다.

우리 일행은 경남 함양의 ‘백무동 펜션’에 금요일 오후 6시 30분에 도착했다. 오는 도중 ‘마트타운 지리산점’에서 ‘흙돼지삼겹살’을 진공포장으로 샀다. 저녁식사는 펜션에서 닭백숙과 좋은데이 소주 한 잔씩 마시고 5분거리 읍내로 나가 3쿠션 당구게임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우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종주 1일차>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지리산의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펜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우리가 가져 온 차는 펜션에 주차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펜션 주인이 운영중인 택시를 이용해서 6:30분에 출발하니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성삼재 휴게소’에 7시 정각 도착했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가보자!

성삼재 휴게소(1,090미터)에서 1시간 거리인 노고단(1,507미터)까지의 산행은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를 위한 사전 준비운동으로 충분했다.

멀리 흐릿하게나마 '섬진강'이 보이는 ‘노고단’을 시작으로 ‘돼지령능선'을 따라 1시간 30분을 가니 ‘피아골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임걸령’을 지나 1시간을 가서 ‘노루목 삼거리’에 도착한다. 왼쪽을 바라보니 지리산3대봉중 하나인 '반야봉(1,732미터)'이 흐릿하게 눈에 보인다. 여기서 다시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삼도가 접한다는 ‘삼도봉’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임걸령에서는 샘물을 한 번 마시고 뱀사골사거리를 향해 가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엄청난 길이의 나무계단이 나를 당황하게 한다.
결국 끝이 보이지않는 나무계단에서 나의 오른쪽 무릎으로부터 슬픈 소식이 전해온다. 문제없을것이라 믿었던 무릎 문제가 너무 빨리 발생한 것 같아 많이 당황했다.

우리는 뱀사골사거리의 '화개재'에서 펜션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토끼봉’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부터는 계속해서 오르막이라 쉽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그것보다 ‘총각샘’을 지나 ‘연하천대피소’까지의 코스에서 2번째로 눈앞에 펼쳐진 내리막 나무계단의 공포는 가히 역대급 이었다.

길고 길었던 나무계단에서 다리를 끌며 어렵게 내려오니 바로 눈 앞에 1차 대피소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피소 입구까지 계속 내리막임을 감지한 나는 당황함을 감추고 평정심을 찾기 위해서 일단 잠시 앉아서 쉬며 내 두 다리를 추스르고 도착하니 드디어 지리산 종주 산행 중 첫 번째 1박 장소인 ‘연하천대피소’가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무릎이 쉴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행복한 마음이 가득한데다 30분전에 먼저 도착한 동료들이 이미 탁자에 자리를 잡고 ‘지리산흙돼지삼겹살’을 맛있게 굽고 있었다.

첫날 성삼재 휴게소부터 10시간을 넘게 산을 타며 도착한 연하천대피소는 아마도 무릎이 가장 행복한 대피소였으리라. 물론 바로 앞에 식수대가 있어서 편리했음은 나중에 다른 대피소를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2차에 걸쳐 엄청나게 길었던 내리막 나무계단의 충격으로 두 다리의 무릎관절이 문제가 생겨 버렸다. 오늘처럼 상태가 계속 된다면 종주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도 있다는 아쉬움을 갖고 부디 하룻밤을 쉬고 나면 좋아지기를 바라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종주 2일차>
다음날 아침 살짝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의 무릎을 의지하며 7:50분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했다.
삼각봉’과 ‘형제봉’을 지나며 세상을 아래로 보듯이 웅장하고 멋진 구름의 장관을 스마트폰에 담으니 12시가 넘어서야 ‘벽소령대피소’를 만났다. 어제보다는 무릎 통증이 완화되고 상태가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이정도면 종주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점심 시간이 지났음에도 당초대로 점심식사 장소인 ‘세석대피소’까지 가기로 했다.

다시 1시간 30분을 가니 ‘선비샘 기점’을 만난다. 여기서 다시 샘물을 페트병에 담았다. 다시 40분을 걸어가면 ‘칠선봉’을 만나고 다시 50분을 가면 ‘영신봉 기점’을 만난다. 3시 10분이 되어서야 우리가 점심으로 라면을 먹기로 한 ‘세석대피소’가 나타난다. 가장 늦게 도착하니 동료들은 벌써 라면을 끓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허기지고 지친 속을 라면과 함께 밥을 말아서 배부르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이틀째인 연하천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의 점심식사 코스는 7시간 20분이 소요된 긴 코스라서 벽소령대피소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세석대피소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었어야 했다고 후회 할 정도로 지치고 힘들었다. 물론 내가 무릎 문제로 속도가 늦어진 것이 문제였다.

다행히 무릎은 더 심해지진 않으면서 살짝 걸을만한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은 무릎보다는 허벅지 근력 등을 이용하겠다는 자신과의 정신적 교감과 등산용 ‘스틱’의 사용법을 동영상으로 사전에 익힌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 3:50분 출발하니 2시간 20분만인 6:10분에 두 번째 숙박예정지인 ‘장터목대피소’가 나타난다. 촛대봉에서 장터목까지의 여정은 멋있는 경치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흐린 날씨로 등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둘째날은 연하천대피소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총 10시간 20분간의 산행이었다.

내일 새벽 일출을 보려면 일찍 자야한다. 박중하 팀장은 체한 증세가 사라지질 않으며 고생한데다 오늘 저녁은 식사도 못하고 ‘정로환’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오리고기와 좋은데이를 맛있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오리고기가 세팩이 남아서 대피소 관리직원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인심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고마운 일이었다.

일출을 보기위해서 8:30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처음에는 몇 사람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밤 12시 즈음에는 대피소 안이 너무 덥고 습해서 잠을 잘 수 가 없어 밖으로 나와 버렸다. 대피소 밖은 일기예보와 달리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 있으며 맑은 날씨를 예보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들어가서 담요를 들고 복도로 나와 30분을 시원하게 자다가 추위가 오는 것 같아 다시 들어가서 선잠을 자고 3시 30분에 기상했다.


<종주 3일차>
우리는 어둠을 헤쳐가며 ‘천왕봉(1,915미터) 일출’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짙은 구름으로 완전한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구름위를 뚫고 나오는 붉은 태양을 언 듯 볼 수 있었던 것도 크나큰 성과라 생각한다.
다시 대피소로 내려와서 아침은 북어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으로 지리산 종주 산행중의 식사를 마쳤다.

장터목대피소에서는 7:50분 출발했다.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하산코스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모두 심한 내리막 바위 코스였다. 하지만 가장 큰 걱정이었던 내 무릎은 이상하게도 점점 좋아지는 상태가 되더니 오늘 이 어려운 하산길에서는 전혀 문제없는 무릎으로 무사하게 도착하니 11:10분이 되었다. 펜션 근처의 백무동 계곡에 얼음처럼 차디 찬 계곡물로 ‘족욕’을 할 수 있어서 잠시 발을 담그고 나니 한결 개운해 진 기분이었다.

오늘도 천왕봉 정상과 백무동 하산까지 5시간 20분을 산행한 것이다.

우리는 3일간 총 25시간 40분을 산행한 것이다. 그것도 산행 초보 3명이 탈 없이 성공한 것이다.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생초’라는 민물 매운탕으로 유명한 동네에 들러서 점심과 좋은데이를 마시며 스스로에게 자축을 했다.

나와 같은 등산 초보에게 이번과 같이 '지리산 종주'를 완주 한다는 것은 마치 무슨 등산입문 과정을 무사히 수료한 듯한 묘한 쾌감을 던져주었다.

앞으로 ‘나’와 '산'과의 여정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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